별일없이 살다/일본, 도쿄

2017년 6월 4일 일요일 東京 9-3

BEN D 2017. 6. 21. 15:49

도쿄 여행에서 늘 아쉬운 건 주말이며 토요일이다. 주말이 끼지 않는 도쿄 여행이란 생각할 수도 없다. 그리고 그렇게 주말이 중요한 이유는 결국 술이겠는데, 토요일 밤에 역시나 죽으라고 마시다가 일요일이 되었다.

도쿄 여행때마다 빼놓지 않고 롯폰기에 들른다면, 롯폰기에서는 늘 빼놓지 않고 들르는 쿠로사와くろさわ에 방문했다. 초행도 아닌데다가, 일단 롯폰기 츠타야를 찾으면 되는데 괜히 구글맵 이용하려다가 엉뚱한 곳 찾을 뻔 했다. 가이세키 요리를 파는 동명의 식당이 근처 니시아자부에 있는데 그리로 갈뻔한 것이다.

쿠로사와에서는 늘 새우카레우동을 먹는다. 이건 어떤 소울 푸드 느낌이라 해야 하나... 두터운 숟가락으로 저 국물을 떠먹다 보면 세상사 고통이 사라진다. 뻥이다. 셋인 만큼 다양한 것을 시켜보았는데, 역시나 새우카레우동이 최고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코스처럼 롯폰기 츠타야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한참을 앉아있다가, 모리 타워로 넘어갔다. 


한국에서 미리 입장권을 사면 8천원대인데, 현장에서 구매를 하면 1만 5천원이 넘어가며, 심지어 입장 줄조차 분리된다. 현장구매 줄은 거의 30분 이상 소요되는 듯 했다. 세 번째 모리미술관 방문. 마블 특별전을 하고 있었고, 엄청나게 비싼 굿즈들을 팔고 있었다. 히어로물엔 영 관심이 없고 사실 목적은 전망대다. 함께 하는 전시는 N.S. 하르샤라는 인도 작가의 전시였다. 뭔가 대칭, 균형, 다중 시점 이런 것들에 대해 어떤 강박이 느껴지는 전시였다고 해야 하나. 인상적이긴 했지만 딱히 좋은 느낌은 없었다.  

나와서는 노기자카乃木坂역까지 걸었다. 목적지가 하라주쿠였는데, 지요다선千代田線으로 두 정거장이다. 미나미아오야마 근처의 마천루들, 어딘지 알 수 없는 중소기업의 유니폼을 입은 남자들 같은 풍경들이 지나쳤다.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곳을 찾느라 애먹었다. 실내 흡연은 한국에서보다 편하지만, 실외 흡연은 유난히 죄를 짓는 기분이 크다. 메이지진구마에역에 내렸고 목적지는 하라주쿠 교자로우原宿餃子楼였다. 아무렇게나 하라주쿠를 걷다 말고,

한국에서 사려고 했던 나이키를 나도 모르게 찾게 되었는데, 한국에서는 가장 싼 게 11만원선이었고 하라주쿠에서는 5만원이었다. 모자 등속의 것들을 아무렇게나 더 샀다. 예상치 못한 쇼핑이었지만 쓸만한 것이 많다 느꼈다. 


저녁을 먹으러 가기 전에 일단 교자로우를 들를 생각이었는데, 5시 20분쯤 도착했더니 줄도 길었고 주문도 받으러 오지 않았고 결국 여기서 한시간 이상을 쓴 것 같다. 하지만 오이를 먹으면 모든 게 용서된다. 간단히 만두를 먹고, JR를 타고 히가시나카노까지 가야하는데 6시 20분까지도 만두가 나오지 않았다. 저녁식사 예약이 7시였기 때문에, 주문을 기다리는 동안에는 굉장히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다. 식당이 굉장히 예민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여튼 나온 다음에는 순식간에 흡수를 해 버렸다.


아마 이 만두들을 1분 내로 먹었던 것 같다. 교자로우는 오이와 숙주도 주문해 먹을 가치가 있다. 사진은 없다.



그리고 결국 이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츠바메노쿠루히つばめが来る日에 방문했다. 작년 도쿄 여행때 흘리듯이 정보를 듣고 찾아갔는데, 사장이 매우 당황하면서 음식을 만들어 주었던 기억이다. 굉장히 폐쇄적인 업소 중 하나로, イチゲンサマ의 출입이 어렵다는 정보를 나중에 구글링하다 찾았다. 이치겐이라는 것은 단골이 아닌 초행 손님이라는 뜻인데, 어찌저찌 들어갔었구나.


그리고 미친듯이 먹었다. 아래의 야채는 몽땅 그릴에 구워 나온 것이다. 남김없이 다 먹었다. 아마 셋이서 15만원쯤 나온 것 같다.


그리고 역시나 마찬가지로, 나가서 맥주를 마셨다. 가는 곳들마다 다 닫아서 처음으로 가는 술집에 도전했는데 금방 일어나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