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9일 금요일 이탈리아 2-1

이건 원, 두번째라고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애초에 두번 다, 이탈리아가 목적지는 아니다. 경유지다. 작년에 밀라노 1박(그 와중에 스위스 들어갔다 나옴), 베네치아 1박 이후로 이탈리아에 또 오게 될 줄 몰랐다. 바르셀로나 직항이 비싸서 이 짓거리를 하게 되었을 뿐이다.

신한은행 환전이 100만원까지밖에 안된다는 것을 전날에야 깨달았다. 부리나케 국민은행에서 추가 환전을 했다. 아침에 그걸 찾고 리무진을 타고 아무튼 뻘짓을 하다 보니까, 토스 환전이 가능하다는 것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인천 2터미널은 쾌적했고, 마티나에서 새우튀김을 10개쯤 먹고, 흡연실에서 급히 바티칸 투어를 결제한 뒤
비행기를 탔다.

알이탈리아 비행기를 처음 탔다. 출국 며칠 전에 비즈니스석과 프리미엄 이코노미 역경매를 하겠느냐며, 800유로와 130유로부터 입찰할 것을 권했다. 입찰했지만 안됐다. 이런 시스템은 처음 봤다.

잘 알지도 못하지만 에티하드 항공의 지분이 올라간 이후로 정시 운항에 대한 집착이 심해졌다고 한다. 공무원 느낌이 나는 스튜어드가 자는 승객을 깨워 밥을 먹였다. 옆에 130kg쯤 나가보이는 착한 남자아이가 앉았는데 나 자는동안 기내식도 받아주고 치워주고 다 한 것 같다. 그래도 12시간 옆에 앉아 가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책을 3권 가져왔지만 손도 대지 않았다.

피우미치노 공항 (공식명칭이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변경되었다고 하지만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는 것 같다.) 에 도착했는데 세관 검사 등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뭔가 우대받는 느낌으로 입국절차를 대충 지나, 딱시 딱시를 외치는 사람들 틈으로 들어왔다.

호텔까지 택시로 이동하는데 미터기를 켜지 않아 민감해졌다. 여자 기사여서 왠지 덤탱이를 씌울 것 같진 않았는데, 확인해보니 모든 택시가 48유로 정액을 받고 있었다. 괜히 머쓱해졌지만 별 수 없지. Mercure머큐어 호텔인데 역시나 이탈리아에서는 메르꾸레로 발음한다.

체크인을 하고 나가서 대충 저녁을 먹었다. 구글 평점 4.3 이었는데 염도가 아주 환장할 지경이었다. 콜롯세움 근처 바에서 샴페인을 마시다가 잔을 엎었다. 아프리카계 서큐리티 직원이 휴지를 가져다 주고 뭐 암튼 친절했다. 근처 24시간 마트에서 물과 이것저것을 샀는데 호텔 냉장고가 꽉 차 있어서 다 빼고 내 것 넣었다. 그리고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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