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선동에서 대학 선후배를 만났다. 카레를 먹고 크래프트맥주를 마셨다.
집에 못 가고 근처에서 뻘짓거리를 했다. 내 감정을 내가 확신할 수 없는 건 대개 자존심의 문제다. 시간밖에 답이 없는 상황을 답답해한다. 못 견디고 일을 망치기도 한다.
대놓고 그런 얘길 할 줄 몰랐다. 거기에 대해 내가 대처한 방식도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지금은 어떤 답도 없다. 그냥 대체재로만 쓰일 상황, 부정하고 싶어도 뻔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난 결국 그 그림을 그리고 있지 않았다. 혼자 잡스러운 감정에 빠져서 이성을 다 놓치고는 지랄을 하고 있다.
경험치를 통해 이미 그 상황을 예상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에게 다른 답을 듣고 싶어한다. 내 속을 내가 뻔히 알기에 다른 사람에게 묻지는 않는다. 물어서 잠깐 안심한 후 다시 지멋대로 생각할 것이다. 6월 이즈음은 늘 분기점이 되는구나.
길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고, 희래성 앞 골목에서 누군가가 인사를 한다. 그런가. 여름이라는 이야기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하던 연락을 오늘 처음으로 하지 않았다. 이렇게 가려나 보다. 관계의 흐지부지도 지겹다. 다이소 케이블 덕분에 무한사과를 처음으로 만나, DFU복원을 하고 밤늦게까지 시달렸는데, ZMA를 먹고 잠을 청할 뿐이다.